걷기와 우울증의 관계

주말 저녁 한 시간정도 집 주변을 산책하듯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음악을 들으며 걷다보면 낮동안 배 속을 가득 채웠던 음식들이 소화가 되고 서서히 몸이 깨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잡생각으로 꽉 차 있던 머리가 서서히 비워지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걷기는 여러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특히 정신과에서는 우울증 환자들에게 걷기를 적극적으로 권한답니다. 우울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인데요, 몸을 움직이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단순히 이러한 신체적 효과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환경적, 사회적 요인 등 여러가지 효과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 걷기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면 여러분이 매일 걷는 그 행동이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지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기회가 될 겁니다. 

 

 

1. 신체적 메커니즘

엔돌핀 분비 : 걷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은 신체에서 엔돌핀을 분비시켜 즉각적으로 기분을 개선시켜 줍니다. 이런 의미에서 걷기는 "자연적인 항우울제"라고도 부를 수 있습니다. 

 

뇌신경 가소성 향상 : 규칙적으로 걷기를 하면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를 증가시켜 뇌 세포의 성장과 연결성을 도와줘서 우울증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2. 생활 구조 형성

 

일상의 루틴 : 우울증 환자의 경우 무기력함으로 일상이 무너지기 쉽습니다. 이때 매일 20~30분 정도라도 바깥으로 나가 가볍게 걷기를 습관화하면 자신만의 하루 루틴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규칙적인 생활로 인해 자신의 일상을 영위하는데 쓸데없는 잡생각으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이 줄어들게 되어 우울증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자존감 향상 : "오늘은 공원까지 걷기" 같이 작은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해 감으로써 자존감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자존감 향상은 자신감으로 직결되어 우울증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3. 환경적 요인

 

자연 노출 : 도시 거리를 걷는 것도 좋지만 숲이나 공원에서 걷는 '숲 테라피'는 코르티졸 수치를 낮추고 심리적인 안정을 촉진시켜 줍니다.

 

햇빛 효과 : 특히 낮 시간에 걷기를 하면 멜라토닌 조절과 세로토닌 생성을 촉진시켜 수면 패턴을 개선시켜 주고 기분을 안정시켜 우울증 완화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죠.

 

4. 사회적 상호 작용

 

 

사회적 고립감 완화 : 혼자 걷기보다 그룹 산책이나 반려동물과 함께 걸으면 사회적 고립감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등의 타인과의 가벼운 접촉도 긍정적인 정서를 자극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5. 주의 사항

하지만 몇 가지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강도 조절 : 너무 오랜 시간 걷거나 속도를 과도하게 빨리 걷기는 하는 것은 오히려 스트레스 호르몬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체력에 맞춘 중간 강도, 약간 땀이 날 정도가 적당합니다. 

 

보조적 접근 : 중증 우울증의 경우 약물 치료나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적극적인 치료가 병행해야 합니다. 단순히 걷기만으로 치료될 수 없습니다. 걷기는 우울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 보조적 수단일 뿐입니다. 중증 우울증의 경우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이 필수적입니다. 

 

 

6. 연구 결과

 

하버드 대학의 2021년 연구에 따르면 주5회 30분씩 걷기를 8주간 지속한 집단은 우울증상이 26% 감소하여 항우울제와 유사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신체 활동이 전혀 없는 사람보다 규칙적으로 걷는 사람의 우울증 발병 위험은 41% 낮다는 결과가 2023년 미국 정신의학회 연구 결과로 보고된 바가 있습니다. 

 

 

걷기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부작용이 없는 자연치유적 접근법으로 우울증 관리에 유용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우울증 치료를 목적으로 한다면 단순히 걷기뿐만 아니라 개인의 상태에 맞춘 종합적인 치료계획이 필요합니다.